[2019년 4월 9일]
연재가 중단됐던 약괴밀 일기가 2년 반의 공백을 깨고 연재된 것은 꼭 기록해야 할 정도의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그간 약괴밀은 유저간의 공격, 자원 운송등이 막히며 팝콘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가 사라졌고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일기의 연재도 멈췄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거점점령을 통해 big 사고가 터졌다.
거점점령은 예전부터 약괴밀에 존재했던 마수토벌을 살짝 변경해 나온 레이드 컨텐츠다.
레이드라고 해봐야 본인의 군대 역량을 점수로 체크해 박치기를 하는 간단한 구조지만
시즌 보상, 자원버프 등이 걸려있어 고인물이라면 꼭 맛보고 지나가는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사건발생일자는 4월 7일로 그날 서버랭킹 2위의 유저 야마다는 평소처럼 거점점령을 진행중이었다.
당시 그는 8억 6천만에 이르는 점수를 보유했는데 JOKER 다음가는 랭커로 서버 1위에 달하는 건물점수와
강한 군대를 갖춘 상태였다.
사건은 격전지R 에서 벌어졌다.
격전지R 은 모든 거점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상시 리턴 시스템이 적용돼 실드고하를 막론하고 언제든
강공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잠깐 실수하면 강력한 대규모 공격이 몰아닥치는 통에 그간 명성이 높은 유저들도 한번씩은 크게 데였던 곳이다.
일기의 기록 부재로 정확한 데이터는 남아있지 않지만 격전지 실수 한 번으로 적게는 수천만점, 1억점까지
떨어졌던 적이 있을 정도.
고인물이 판치는 약괴밀에서도 점수 1억점은 상당한 규모다.
점수 1점을 올리기 위해 소비되는 자원이 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천억에 달하는 자원을 소비해야 올릴 수 있는 수치.
이 날 야마다는 한 번의 실수로 나눠놓은 군대를 이용해 격전지를 타격했고 병력이 분산된 상태에서 엄청난 공세를
받아내야 했다.
그 결과 약괴밀 거점 역사상 최악의 낙폭이 발생했다.
순위 업데이트가 되는 저녁 11시가 지나자 그의 통합 점수는 한 번에 3억 3천만점이 떨어졌다.
단순 계산으로 자원 3300억을 써야 복구할 수 있는 천문학적 손해다.
전쟁시절을 거치며 멘탈이 단련된 유저도 이 충격은 버틸 수 없었는지 donut을 찾으며 롤백을 외쳤으나 안타깝게도
약괴밀은 더는 롤백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미 오래전 갈려나간 유저들의 전적이 있는 관계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큰 충격에 잠시 말을 멈춘 뒤 약-바를 외치고선 채팅창에서 사라졌다.
랭킹 2위였던 그가 이렇게 겜을 접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었으나 그는 약바를 외친 뒤 모습을 감추고
광질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말 대단한 멘탈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12월 15일 ~ 19년 4월]
잠시 일기를 역순으로 적어보는 시간이다. 18년 12월 15일, 약괴밀에 새로운 샛별이 등장했다.
khw1083, 후에 그루트로 불리게 되는 인물이다.
전쟁도 사라져 팝콘을 즐기고 싶은 해적 유저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유저 유입이 거의 없어진 겨울 저녁에
그루트는 홀연히 채팅방에 나타나 게임을 시작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출신을 탐색하는 뉴비도넛의 은밀한 물음에 그는 본래 오게임 유저였음을 밝혔다.
채팅방에 3일 이상을 체류하며 매일 출석도장을 찍자 약괴밀의 고인물들은 저사람은 오래할 것이다란 촉이 왔다.
하지만 단순히 적응 잘하는 유저로 그쳤다면 일기에 굳이 등재될 정도는 아니었겠으나 그는 훨씬 하드한 유저였다.
기초자원을 약CG로 모아 구석구석 멀티를 편 뒤, 광질을 시작. 모든 자원을 군대에 갈아넣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평범한 광부의 테크트리였지만 그의 자원에 대한 목마름은 기존 광부출신 랭커 못지 않은 것이었다.
1세계부터 5세계까지 모든 도시와 자원 보유량을 빠짐없이 체크한 khw1083은 놀라운 속도로 자원을 축적해나갔다.
게임 시작 한달도 되지않은 유저가 100억 넘는 자원을 쥐락펴락하며 경매에 나온 멀티계정을
당당히 따내 낙찰 계정 닉네임을 그루트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x얄비는 또 한 번 계정 경매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간 필자가 기억하는 광질의 최고봉은 xxKER, x글x글 액신님이 양대산맥이었으나
그루트는 쌍끌이 어선마냥 엄청난 화력을 뿜어냈다.
약괴밀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자 기이하게 여긴 뉴비도넛이 그 비밀을 물었더니 그는 시원스레
"하루에 한번씩 모든 도시 정찰을 돌리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라고 답했다.
약괴밀에 광산으로 남아있는 도시 숫자가 약 5천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그저 놀랍다는 생각 뿐이었다.
"오늘 수입은 200억 정도네요."
그가 얼마나 대단한 광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루에 옥수수 200억을 걷을 정도의 규격외 광부인 것이다.
저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자원이 많이 쌓여있는 도시를 찍어서 돌면 한사이클로도 40억은 벌 수 있다는
xx상자의 증언이 있었다.
최근 시험 준비로 잠시 몸을 웅크린 상태인 그가 계속 광질을 하고 있었다면
주저앉은 야마다의 복구 속도가 더 느려졌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4월 15일]
1년 이상 20위 컷에 머물던 약CG의 시즌보상 순위 마감이 30위까지로 늘어났다.
그동안은 20위까지만 활성화 유저가 맴돌아 늘릴 필요가 없었으나 최근 들어오는 신규 유저들이 있어
30위까지로 확대됐다.
이날 기준으로 약괴밀에 하루 이내에 접속하는 활성화 계정 숫자는 대략 30~35계정 정도로 집계된다.
[4월 17일]
약 2달만에 열린 경매가 종료됐다.
물품 개수는 총 10개, 그 중 7개를 JOKER가 낙찰받았다.
물품 2개는 초보자용의 원정갑옷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싹쓸이나 다름없는 경매다.
7개 물건을 쓸어담는데 소모된 옥수수는 약 628억, 상위 랭커도 손을 떼게 만드는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이 엄청난 옥수수 소비에도 불구하고 경매 옥수수 소비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경매 1회동안 소비된 옥수수 기록 1등은 17년 크리스마스 경매에서 달성한 빙글빙글 액신님의 851억이다.
약괴밀의 자원 인플레를 고려하면 현재 천억을 훌쩍넘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점형태로 진행된 경매 종료 직후 은행에선 곧바로 2회 경매가 진행중이다.
이번 경매가 끝날때 소비된 옥수수를 전부 합한다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결국 2차 경매까지 JOKER가 소비한 옥수수는 1050억에 달했다.)
[4월 25일]
CP상점에 작전지역 박스가 등장한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AN94를 필두로 운영되는 작전덱은 그 성능이 매우 좋아 1항전 세트를 제외하면 성능으로 따라올 덱이
없는 정도였으나 완성하기 어려운 난이도가 큰 걸림돌이었다.
기껏 만든 스킬덱이 썩는걸 방지하기 위해 이날 박스의 개편이 있었다.
엘리트 유닛 개별 등장확률이 2배로 올랐으며 중복 유닛 획득시 교환권을 주어 천장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이 소식에 수백억 옥수수를 쥐고도 "할게 없네~." 를 중얼거리던 약괴밀 노인들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기존 덱완성 가격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파격적인 할인임에도 유즈키유카리는 당당히 추가할인을 요구했다.
"박스 가격 5억이면 생각해봄."
양심이 없다고 판단한 donut은 유카리는 완성이 글렀구나 하는 찰나 보관상자가 기습적인 박스 구입을 시작했다.
약CG 타이틀창에 엘리트 유닛 영입 신호탄이 울리자 유즈키 유카리도 냉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본래 약괴밀은 다같이 못하는 건 신경안써도 한명이 꿀을 빨면 손발이 떨리는 유저가 많은 게임이다.
할인된 확률로도 덱 완성 기대값은 7~800억에 이르는 규모였으나 보관상자는 430억 옥수수에 덱완성을 끝마쳤다.
확률게임 약괴밀에서 보기드문 운빨로 인해 그는 400억 옥수수를 세이브할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어 간발의 차로 유즈키 유카리 또한 제 2호 덱완성자가 되었다.
(유즈키 유카리가 얼마를 썼는진 알 수 없다.)
단 한 번 공격으로 경험치 156만을 받아가는 덱화력에 보관상자는 흡족한 미소로 팬티를 갈아입었다는 후문이다.
[2020년 3월 15일]
약괴밀 광고가 시작됐다. 사실 이번이 두번째 광고지만 첫번째 광고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성공적이었다. 예상외로 효과가 좋아 상당수의 뉴비가 이 기간에 대거 유입됐다.
평소 습관처럼 갓겜을 외쳐대던 hbchorong의 의견에 이번만큼은 다수의 고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리만 날리던 채팅방에 상주인원이 20명이 넘어 오래간만에 서버에 활기가 돌았다.
[3월 30일]
풍력발전소 레벨을 올리면 자원생산 효율이 오른단 루머가 채팅방에 돌았다.
소문은 야마다, 로얄비, 엑스트라1 (황색 언론의 배후) 를 비롯한 소수 유저들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것을 본 많은 유저들이 물음표를 올리며 이 신비한 현상 확인에 동참했다.
5년만에 새로운 인비저블썸띵이 파헤쳐지나 싶었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약괴밀 정보의 대가인 둥둥의 친구 보관상자도 작은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당연히 환불은 없었다.
[3월 31일]
약괴밀의 마감 5분전은 나머지 시즌일을 합친 것과 같다 -by 뉴비도넛
총점 순위 5위에 위치한 보관상자는 이번 시즌 1등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는 한 명이 시즌 보상 1위를 독점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고
1위에 랭크돼있던 조승상을 제끼고 어택을 감행했다.
65만점을 뛰어넘어 80만점으로 1위에 안착, 선전포고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것이다.
잘 모르는 약린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시즌이 한참 남은 가운데 애매한 점수로
상대방을 제끼는 것은 따라올테면 따라와 보라는 도발과도 같다.
15만점, 그것은 랭크 1위를 상대로 보내는 도전장으로는 퍽이나 적절한 것이었다.
시즌 마감을 하루 남겨둔 가운데 전과를 얻기 수월한 대형 거점 두 개를 유즈키유카리가
완벽히 막아냄으로서 이렇게 전투가 끝나는가 싶었다.
거점 특성상 실드가 깎이지 않는 기간엔 더욱 많은 옥수수를 소비해야 하기에 전투하기엔
아무래도 손해가 많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즌 마감 5분을 남겨두고 점수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보관상자는 올 것이 왔다는 듯, 그가 왔음을 채팅창에 알리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불과 5분 동안 두 랭커는 엄청난 기세로 점수를 쏘아올렸다.
새로고침 할때마다 점수가 10만씩 늘어나더니 마감 직전엔 점수가 무려 300만점을 돌파했다.
자그마치 300만 점이다.
일 년 중에 가장 보상이 좋다는 설날, 추석 때도 전과가 150만점대였는데
아무것도 아닌 시즌에 300만점 폭죽쇼가 터진 것이다.
결과는 351만점 대 336만점.
불과 5분동안 유저 두 명이 소모한 옥수수가 1800억이었다.
썩은물 유저가 몇 년 동안 뒹굴어야 벌 수 있는 옥수수가 눈깜짝할 사이에 녹아내렸다.
숨막히던 경쟁이 끝난 이후 조커는 보기 드물게도 채팅방을 찾아와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쉽지 않은 경쟁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충돌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배틀이었을 것이라 donut은 추측한다.
한 편, 이 소식을 들은 야마다는 기쁨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주 좋습니다.>
약괴밀에서 남의 고통은 곧 자신의 행복이란 것을 가장 선명히 보여주는 한마디가 아닐지 싶다.
만약 일기를 읽는 누군가가 야마다를 나쁘게 본다면 그것은 아직 약괴밀에 적응이 덜 된 뉴비라는 지표일 것이다.
두 랭커가 만든 충돌의 여운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4월 초에 경매가 예정된 상황.
아마도 또 한 번 돌풍이 불지 않을까 donut은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